소설 등단작품 ( 당신의 하늘 ) 2000년 문학세계

2장

우설나라 2022. 9. 29. 07:12

당신의 하늘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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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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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수를 시킨 아기의 얼굴처럼...

" 인희야 걔 돈 받았니? 뒷돈 안 줬으면 내가 줄게!"

" 아까 2불 줬어요"

: 미친년 곰 발바닥을 해 가지고  2불이 뭐야 2불이!!! "

"아이고 그거라도 주니 다행이다 저번에는 한 장 주고 가더라고!! 우리들이 무슨 동냥아치들인가?"

" 괜찮아요... 주니까 다행이죠 뭐.."

" 너는 너무 잘해주지 마라 순해 빠져서 해달라는 대로 다 해주니

이 깜둥이 년들이 더러운 발을 내놓고도 양심이 없어"

언니들이 바쁘게 파일을 돌리면서 서로 흥분하는 통에 괜히 내가 주눅이 들어있었다

"안녕! 인희 잘 있었어?"

"안녕~~"

주마다 꼬박꼬박 들어오는 학교 선생님이라는 테리 할머니였다

손등이 찬바람에 자주 터서 파라핀 왁스를 즐겨하고 나에게 매니큐어를 원하는 할머니..

잘해주지도 못하는데 팁을 5불씩이나 주어 왕순이라고.. 언니들이 부러워하기도 한다.

나는 테리를 인도하여 파라핀 왁스 뚜껑을 열고 뜨거운 촛물에 손을 한 손씩 3번을 담갔다가 빼내어

비닐봉지에 조심스럽게 싸서 전기코드가 연결돼어있는 벙어리장갑 모양의 손 싸게 안에 손을 넣었다.

그렇게 10분 정도 있다가 손을 꺼내어 보면

손이 얼마나 부드러워지는지....

" 인희야 너 결혼했니? "

할머니는 조심스레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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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서양사람들은 우리 나이들을 모른다고 하더니.. 그런가 보다 싶었다

"결혼했어요.. 아직 아이는 없답니다"

"그러니? 어려 보이는데... 미국 온 지 얼마나 되었어? 이곳이 좋아?"

미국 사람들은.. 특히 나이 든 사람들은 외로와서인지 말문이 트이면 계속 이야기를 하려고 하고

바쁠 때는 주인 눈치 보고 마스크를 낀 채 일만 해야 한다.

이곳이 좋으냐고...

이것이 흔히 물어보는 질문이다.

그러면 으레 웃으면서 그렇다고 해야 한다..

그래야 서로 친분관계가 좋아지고 적대감이 없으므로....

 

 

밖은 별들이 숨바꼭질하듯 하나씩 어디서 인가 나타나 검은 도화지 위에 빛을 자랑하고 쇼핑몰 위에 위치한

작은 네일가게 주변 상가들이 셧터를 내리는 소리에 청소하는 내 작은 손은 더욱 분주하고

주인 언니의 돈을 챙기는 속도나 옷을 주섬주섬 입고 팁을 바꾸는 눈빛들은

밤 하는 별빛처럼 서러운.. 서러운 빛으로 비추고 있었다.

 

점심도 먹는 둥 마는 둥 일을 끝낸 4명의 여자들은 지친 모습으로 주인 언니의 작은 승용차 안에

몸을 던지듯 밀어 넣었다.

한 사람이 빠진 주말은 더욱 힘이 들어 다들 눈을 감고 말문을 열지 못하고

나는 언제나 아침저녁으로 보는 공동묘지가 보이는 도로를 지날 때 그리움으로... 호기심으로..

저녁의 신비한 검은 그림자를 지니고 있는 크고.. 작고.. 모양이 울퉁불퉁한 그 묘비를 매만지고 싶어

창가에 손바닥을 붙이고 헤어짐은 내일 아침 만남을 기대하곤 한다

딸까닥.... 딸까닥.... 덜컹!!

내가 몸서리치게 싫은 것은 어두컴컴한 지하 단칸방을 내손으로 키를 돌려서... 여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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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종일 흑인 여자들 손발을 하고 언니들 심부름하고 오면.. 나도 푸념도 하고 싶고

힘들다고 응석을 부리고 싶은데..

나보다 늦게 끝나는 민석은 언제나 녹초가 되어 들어와서는 퉁퉁 부은 종아리 좀 주물러 달라고 한다

어깨가 아프고 손이 아픈 나는 너무 서러워 울기도 하고

한국에 돌아가자고 했지만 이런 꼴은 정말 싫다면서 하루 종일 무거운 반찬 든 쟁반을 양손에 날라야 하는

웨이터 생활을 정말 무섭게 참는 사람이다.. 지쳤다..

몸이 쓸쓸한 것 보니 감기 기운이 있는 것 같다.

전기장판이라도 켜고 자고 싶다. 어깨가 쑤셔왔다. 옷도 못 갈아입고 이불속으로 파고들었다.

오한이 나는지 추워오고 열이 나서 눈을 못 뜰 것 같다...

얼마나 지났을까 흔드는 소리에 눈이 떠지고 뽀얗던 얼굴이 누렇게까지 보이는 민석이

찡그리고 있었다.

" 응... 으.. 응.. 왔어?"

"자는 거야? 내 손 좀 봐.. 찌게 들고 가다가 넘어져서 데었어.. 얼마나 아팠는지 알아? 그래도 주급 날이라

조퇴도 못하고 참고 일하고 왔는데 너는 뭐냐?

졸리다고 자고 있고.. 아이고 손 아려 죽겠네..."

나는 휘청이는 몸으로 바셀린을 들고 왔다. 그리고 털 부덕 거리고 누웠다

온몸에 가시가 돋아나 온몸을 헤집고 나오는 것 같았다

 

불두덩이 앞에 앉아 불을 피우시던 할머니의 모습이 떠오르고.. 그 불속에서 내가 웃고 있는 모습도

어렴풋이 보였다.
"할머니... 할머니.."

"야! 인희야 너 왜 이래? 응?"

" 할머니.... 나 더워... 나.. 뜨거워"

내가 눈을 뜬것은 새벽 6시가 다 돼어서였다.

머리에 수건이 올려져 있고 민석은 구부린 채 자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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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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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 손가락 두 개에 바셀린을 잔뜩 바르고.. 그의 지친 얼굴에서 이게 무엇인가 싶어 눈물이 났다.

흠뻑 젖은 옷을 입고 밖으로 나왔다.

아직 여명도 밝지 않은 체 덜덜거리는 나의 어깨 위에 싸한 시원함이 더욱 무겁게 자리하였다.

새들이 날아다니고 커다란 나무 위를 다람쥐가 뛰어다니고 도둑고양이도 몰려다닌다.

처음 뉴욕 와서 본 다람쥐를 보고 고양이로 착각했던 기억도난다.

" 인희야~~"

지하실 문이 열리고 민선이 눈을 비비며 다가왔다.

여명보다도.. 더욱 빛나던 나의 남편.. 나의 사랑.. 그 사람의 눈동자 그 모든 것이 자꾸 침체되어

회색빛의 커튼 속에 숨어버렸다.

" 왜 나왔니? 아직 아플 텐데... 괜찮아? 들어가자~~~"

나는 나의 편안한 사람에게 기대어 컴컴한 지하실도 궁전처럼.. 행복하게 들어갔다.

민석은 일요일 아침이면 더욱 짜증을 부린다.. 나가기 싫다고..

워낙 일요일은 바쁘기에 식당 종업원은 쉴 수가 없다..

데인 손가락을  매만지던 민석은 어제 받은 주급 봉투를 건네주고는 말도 없이 운동화 끈을 더욱

동여매고 나가버렸다.

그가준 주급 봉투.. 열어보니 가격이 쓰여 있었다.

200 불... 5일을 일하는 그가 받는 돈은 하루에 40불씩 200 불이다.

그것도 35불에서 오른 가격..

내가 어제 받은 주급 봉투를 꺼냈다.

그것도 역시 가격이 쓰여있다.

175불 나는 하루에 35불 일당이다.

하루에 평균 팁까지 보태면 20불씩.. 55불의 하루벌이..

어깨 빠지듯 일하고 스트레스를 받으며 받는 나의 노동력..

민석은 그래도 팁은 50불이 되니 그의 노동력의 대가는 90불은 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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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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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식당에서 그가 본 술 취한 손님들의 어처구니없는 행동을 민석은 싫어했으므로 그의 아내에게는

웨이트리스 일을 시키고 싶어 하지 않았다.

그와 함께 일하는 동료 웨이트리스들이 하루 종일 심부름하며 어린 남자들에게 반말을 듣고

기분이 상한 것을 그가 직접 보았기 때문이다.

 

" 따르릉~~~ 따르릉~~"

시장을 가려는데 전화가 왔다.

"여보세요?"

" 인희니? 나 지숙이야 뭐해? 신랑 나가고 없지?"

" 어떻게 된 거야? 어제는 왜 안 왔어? 어디 아프다더니"

" 아프기는....."

" 그럼?"

" 다른 곳으로 가려고 해  거기보다 주급도 더 좋고 5 개월 일했다고 거짓말했어. 그래야만 돈을 더 받지

흑 인애들 힘들게 해 줘야 뭐하니? 이제 백인동네로 진출해야지~~"

" 어떡해.. 지숙아 말없이 안 나오면 여기는 어떡하라고..? 주인 언니 에게는 말해야지..."

" 말하기는 뭘.. 하루 빠지면 눈치코치로 아는 거지.. 그저께 연장도 챙겨 왔어.. 주급은 정자 언니에게 어제

받았고"

" 나는 어떡해.. 너 없어서 얼마나 힘들었는데.. 어쩜 나에게도 말없이 그만두니.. 섭섭하다.."

 

나보다 한 달 먼저 들어왔던 지숙.

나이가 같아서 친구로 지냈는데 정말 배신감을 느꼈다.

"인희야 너도 눈치 봐서 다른 곳으로 가서 일해 돈 벌고 싶지 않아? 돈 벌려고 이곳까지 남편하고 왔잖아.

공부하려고 와서 둘 다 고생하면서 주인 사정 봐줄 형편 되니?

네일가게 주인들은 으레 그러려니 한다고..."

" 그래도.... 지숙아 잘 지내고 연락 자주 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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