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등단작품 ( 당신의 하늘 ) 2000년 문학세계

5장

우설나라 2022. 9. 29. 07:26

당신의 하늘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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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나오라 해서 잔뜩 긴장하고 바지에 티셔츠를 입고 갔다.

매니저 아저씨는 웨이트리스가 바지 입는 것을 보았냐고 소리쳤다. 나는 집이 근처에 있다며 갔다 오마 했더니 20분의 시간을 주었다. 무릎을 덮은 검은색 치마를 입고 넘어질까 허둥지둥 갔다.

한심해하는 아저씨는 조장이라는 한 40 대되는 아줌마를 소개해주었다.

그 아줌마는

" 너 몇살이니?"

" 저 28살인데요.."

" 너 띨띨한 애니? 식당에서 일을 하는데 이렇게 긴치마를 입고 오면 어떡하니?"

" 저.. 종아리는 보이는데요.. 긴치마는 아니에요"

" 뭐? 너 치마 없으면 당장 사던지 돈을 줘 내가 엉덩이만 가리는 똥꼬 치마 사 줄 테니 알았어?"

"그렇게 짧은 것을 입어요? 언니 입은 것 같은 것 입으면 안 돼요?"

"아유!! 어디서 이런 띨빵 한 애를 구한 거야? 촌에서 데려왔나 애가 순진한 거야 멍청한 거야?"

나는 던져주는 검은색 앞치마를 입었다. 그 앞치마 앞에 쓰인 ( 진로소주 )라는 큰 글씨가 어색해서

손가락으로 비벼봤다.

" 얘 너 영어 할 줄 알아?"

" 전에 네일가게에서 3년 있었어요 한국에서 있을 때 대학 다녔고.."

" 그래? 대학까지 나왔으면 잘하겠네 그런데 안경 쓰고 일하려는 것은 아니지? 웨이트리스나 웨이터는

안경 쓰면 안 돼 손님들이 어려워하니까 식당에서는 안경 벗어야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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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 안경 벗으면 시력이 약해서 잘 안 보여요.."

" 뭐? 안 보여? 렌즈라도 끼면 되잖아?"

" 렌즈는 조금 있다가 끼래요 워낙 약해서.."

" 아유.. 여러 가지 한다 너.. 네일가게 기술자면 손발이나 관리해주지 식당은 왜 와? 네일가게보다 식당이

음식 나르는 게 쉬워보이냐? 너같이 약골로 생긴 애는 버티지도 못해.. 하루만 잘 넘겨봐..

그러면 내가 너 잘 봐줄 테니! 알았어?"

" 네.."

나는 꼼꼼하게 일해야 하는 네일가게 성격상 자신이 없었다.

그래서 집에서 가까운 한식 음식점에 왔는데 점점 겁이 났다..

젊은 부부가 사이좋게 와서 음식을 나눠먹는 것을 보면 멍하니 바라보다가 혼나기도 하고

어린 아들을 손잡고 들어오는 남자를 보면 민석을 보는 것처럼 경련을 일으켰다.

자세히 들여다보는 일이 아니라서 안경을 벗고 일을 한다. 오더를 받을 때면 천천히 글씨를 쓰다가

갑자기 많은 인원들이 몰려 들어오면 수를 잘 세지 못한다.

안과에서는 많이 좋아졌다고 하고.. 팔에 쥐가 나서 무거운 것을 드는 것이 여간 힘든 게 아니다.

렌즈라도 끼면 좋을 텐데.. 그래도 하루 100불의 수입은 나름 힘이 된다..

나흘만 일을 해도 혼자 사는 것은 괜찮으니까~

나는 글을 쓰고 싶었다. 다른 사람의 시를 읽기도 하고 나도 습작을 시작했다.

식당일은 그런대로 적응이 되어갔다.

그곳 역시 자주 사람들이 바뀌었다. 정이들만 하면 그만두고 네일가게 마냥.. 전화번호 적어주어도 그만두면 그것으로 안녕.. 그래 안녕이라고..

부딪치면 마냥 반가운 척하다가 또 안녕..

그곳 생활에 석 달쯤 지내자 조장 언니가 밤일을 권하였다. 밤에는 두 명이 일하니까 낮에 팁보다

괜찮고 손님들도 번잡하지 않으니까 눈도 안 좋은 나에게는 좋을 거라고...

그래서 낮보다 주급이 10불 오른 50불을 받고 언니와 둘이 일하게 되었다.

밤 10시부터 낮 10시까지 교대 근무시간.. 저녁 9시 30분까지 가서 낮 일하는 사람들에게

테이블 교대를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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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이 일하던 테이블은 팁을 반으로 나누어 아침 10시에 건네준다.

아침 10시까지 일하던 테이블은 우리에게 밤에 건네주고..

10시가 다 되었는데 들어오는 사람들을 아침 조가 정신없이 오더를 부엌으로 건네주고 반찬과 물을

갖다 주어도 밤에 오는 조는 팁을 반으로 나누어주니 불평이 생겼다.

생색을 내며

" 밤 조가 저 테이블 다 가져"

그러면 갖고.. 밤에 함께 일하는 언니는 아저씨가 밤에 콜택시를 하는 바람에 같이 밤일을

하게 되었다고 한다.

그 자랑하는 남편이 어느 날 불쑥 찾아오기 전에는 10 살이나 어린 총각이 혼자 사는 언니와 만나 살림을

차리고 결혼식도 없이 사는 그런 부부인 줄 몰랐다.

가끔씩 찾아와 새벽에 설렁탕이나 우거지탕 시켜놓고 둘이 오손도손 하면
" 나는 잘게"

하면서 룸이 있는 테이블로 가서 페퍼 타월을 비고 불이 꺼진 껌껌한 그 방문 위에 조각으로 이어진 유리의 선을 따라 홀에서 비춰오는 그빛..

조각선의 아름다움에 잠이 들지 못하며 새벽 4시.. 5시를 울음 없는 두려움.. 그렇게 밤을 보냈다.

밤일한 지 한 달 만에 가게에 사고가 났다. 돈이 빈다는 것이다. 그것도 그것도 밤 매상에서 50 불이..

아침 8시에 들어온 매니저 아저씨는 전표하고 매상하고 틀리다며 난리가 났다.

언니와 나는 억울하다고 했다.

언니는 울고 불고 그만두겠다고 했지만 그곳에서 2년 반이나 된 언니를 4 계월된 내가 그러라고 

할 수 없었다. 그녀는 가정이 있고 나는 혼자 사는데.. 나는 억울하다는 변명조차 못하고 그날 아침 10시에

가게를 나섰다. 언니의 사랑하는 남편은 가게 앞에서 콜택시를 세워놓고 기다리고..

같이 가자고 부르는 언니의 목소리에 답하기 싫었다.

내 짐을 손에 들고 그렇게 식당일을 그만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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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드디어 렌즈를 끼었다.

시력이 마이너스에서도 벗어났다. 안경태 때문에 갑갑하던 얼굴이 편안해졌다.

식당일을 쉬고 보름을 쉬었다. 마음이 떨이에 일을 시작할 수 없었으므로.. 누구의 탓인지 왜.. 나는 소리 한번 치지 못했는가 억울했으므로..

 

나는 용기를 내어 맨해튼에 있는 네일가게를 나가게 되었다. 네일 가게 나가기 하루 전날 식당 매니저

아저씨가 전화가 왔다. 자가가 실수한 거라고.. 카드 매상을 잊고 게산을 안 한 거라고.. 전날 술이 덜 깨어

실수한 거라고.. 나는 그만 두라 했다.

정말 식당일은 자신 없었다. 모두들 이상하게 쳐다보던 눈초리.. 그 눈초리가 미안해하며 부드럽게

다시 바라보려에 쓰는.. 정말 힘들었다..

 

맨해튼 네일가게는 7시 30분까지 오라 했다. 저녁 7시에 끝나고.. 문제는 픽업이 안되고 혼자 가는 것이었다.

74가에서 갈아타는데.. 전쟁 같은 소용돌이.. 나는 6시 30분에 집에서 나섰다.

전쟁터에 나가는 용사같이 마음도 굳게 먹고 그들 속에 묻혔다.

모두들 갈아타는 74가는 온갖 인종이 섞이고 가는 방향도 섞이고 웃음도 섞이고 미움도 섞이고..

무표정하고 허탈해 보이는 그들을 보며 또 다른 삶을 시작하는 나 자신이 대견하기까지 했다.

전철 두 번 타고 내가 가는 렉싱톤 에뷰뉴에 도착했다.

그 렉싱톤은 정말 현실적인 현재. 그 충격적인 현재가 자리하고 있었다.

이른 아침부터 구두에 광을 내고 멋진 양복에 넥타이 매고 뉴욕타임스를 안경 너머로 읽고 있는가 하면

그 가게 앞에는 빈 박스에 신문지를 깔고 앉아 빈 우유갑에 동전이라도 달라며 구걸하는 이들이 있었다.

높은 빌딩들과.. 약에 취해 비틀거리는 풀린 눈에 한여름에도 거적을 걸치고..

양지와 음지가 사이좋게 살아가는 또 다른 모습에 나는 우두커니 서서 머리가 혼돈됨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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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게로 향하려면 에스칼레이터를 타야 하는데 저 끝을 보니 오르기도 전에 다리가 풀려왔다.

" 비켜!! 빨리빨리!! 저리로 비키라고!!"

" 아! 미.. 미안해요"

둔탁한 몸집의 흑인 여자가 내 뒤통수에 거의 소리 지르듯 저리 비키라 고했다.

나는 미안하다고 반사적으로 대답하고 오른쪽으로 붙어 섰다. 그리고 뒤를 돌려 내려보았다.

많은 사람들이 오른쪽과 왼쪽으로 나뉘어있었다.

급한데 없는 사람이나 노약자나 나같이 고소공포증 있는 사람들은 오른쪽 줄에 굴비 두루미 같이 붙어있고

몸이 빠른 사람들은 왼쪽으로 계단을 서너 개씩 뛰어올랐다.

걸어가면서 핸드폰으로 무언가 중얼거리고 시계를 연거푸 들여다보고 하얀 와이셔츠에 밤색 양복에

노란 머리 남자가 내 옆.. 그러니까 왼쪽 줄에서 뛰어올라가고 있다.

그 사람은 홈리스들이 꾸부리고 있던 구두방에서 어떤 스페니쉬 여자에게 구두에 광을 내던 사람이었다.

나는 패잔병같이 오른쪽으로 비켜서 있다.

끝에까지 올라가니 환한 대로변이 나왔다.

참으로 많은 네일가게.. 참으로 많은 그로서리.. 이 모든 가게 중 한국사람이 운영하는 곳이 참 많다.

나는 몇 달을 쉬었기에 겁이 났다.

 

깔끔한 느낌.. 조용한 클래식 음악이 흐르고.. 말소리조차 잘 들리지 않는 얌전한 성격의 주인아줌마와

마주했다.

" 몇 년 했어요?"

" 3년 했는데요 몇 달 쉬었어요.."

" 무슨 일 있었어요? 혹시 한국 갔다 왔어요? 한국에 들 많이 가는데"

" 아니요.. 좀 건강이 안 좋아서요 이제는 괜찮아요~열심히 할게요"

" 브루클린에서 했다고 했죠? 그곳 일하고 이곳 일은 다른데.. 손님이 다르잖아요 이곳은 관광객도 많고

고급 동네인데... 얼마 받았다고 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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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0불까지 받았는데요! "

" 어머 정말요? 그 동네는 그렇게 주겠죠! 팁이 없을 테니까! 이 동네는 뒷돈이 괜찮아요

나는 3년 된 중간 기술자는 70불밖에 못줘요 10불 차이지만 팁을 생각하면 오히려 괜찮을 거예요

흑인 동네 있었으니까 하는 것도 다시 배워야 해요 기분 나쁜 것은 아니죠?"

" 아니에요 다른 곳에 가도 다시 배우는데 동네도 손님도 틀린걸요 한번 해볼게요~"

나는 어색한 분위기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먼저 있던 가게에서 다른 곳.. 다른 장소로 옮긴 것도 어색하고 교양이 넘치는 주인아줌마도 어색했다.

그때 기술자들이 하나씩 들어왔다.

 

" 어머!! 너 인희 아니니??"

" 누구.. 어머 지숙아!! "

나는 그곳에서 초보자 때 함께 일하던 지숙을 만났다

" 둘이 아는 사이예요? 어머~~"

희한하다는 듯 주인아줌마는 눈이 둥그레졌다.

" 신문 광고 보고 왔는데 여기 일한 지 오래됐니?"

" 한 1년쯤 됐어! 반갑다! 반가워~~~ 그런데 청소부 터하고 이따가 이야기하자"

아마도 이곳 가게의 성격을 알기에 그는 주인아줌마 눈치를 보는 것 같았다.

나는 커피포트에 커피를 내렸다.

작은 가게 안에 커피 냄새는 달콤하게 퍼져갔다.

클래식과 어울리고 만남과 어울리어.. 테이블과 이자를 닦아내고 코 락스를 뿌려서 화장실 청소를 했다.

위생검열이 심하기로 유명한 맨 한탄이라 언제나 깨끗해야 했다.

10시 30분 되자 반찬을 사들고 초보자 아줌마가 들어왔다.

45세가량되는 아줌마는 어린 사람만 쓰는 이곳에서 용케도 다니는 중년이다.

10시 30분에 오면 저녁 8시 넘어 집에 가는 것이었다. 인상이 편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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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운이 좋다고 생각했다.

교양이 넘치는 주인아줌마와 초보시절 친구와 편한 초보 아줌마.. 그리고 어린 파트타임 기술자 모두

마음을 편하게 만들었다.

둘이 주방에서 점심을 먹으며 지숙이가 말을 하였다.

" 이곳은 말소리가 커도 안돼 난 이곳에 올 때 4년 반 되었다고 하고 들어왔어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기술을 많이 배우고 왔거든 이곳에 있다가 나가는 사람들은 저 주인 언니 잔소리 듣기 싫어서야!!

넌 얼마 됐다고 했니?"

" 3년.. 몇 달 쉬었다고도 말했어"

그 말에 지숙은 아무 말 없이 오징어볶음만 헤치고 있었다.

" 인희야.. 나 알아 너 혼자된 거.. 사실 연락도 하고 싶었는데 이사도 했다 하고 아는 척.. 하기도 좀.. 그렇고

지금은 괜찮니?"
" 그럼~! 나 씩씩해 보이지 않아?"

" 그래 열심히 살아야지 돈도 벌어서 가게도 하나 해라 너 혼자 사는데 돈 나갈 것도 없잖아

열심히 모아서 작은 가게라도 하나 사서 기분 좋게 하는 거야

너는 착해서 사람들이 도와줄 거야 나도 불러주면 너 도와주러 달려갈게~~ 알았지?"

" 정말? 고마워~"

나는 밥을 먹으며 게산을 해보았다. 작은 가게라도 4~5 만불은 있어야 하는데 나에는 2만 불밖에 없다..

 

나는 그 뒤에 지숙의 소개로 3만 불짜리 계를 들었다.

6번을 태워준다 하여 나는 6개월 뒤에 차릴 가게를 보러 지숙이와 틈나는 대로 돌아다녔다.

주인아줌마는 아무 말도 못 하고...

 

" 인희 씨! 실크 렙을 아껴서 붙여요 화이브 글라스 렙을 붙여도 익스텐션 할 사이즈로 조그맣게 잘라서

붙이고 가루도 조금씩 뿌려요~두꺼우면 오히려 안 좋아요 유리같이 투명하게 해 줘요~

지숙 씨도 하는 방법 바꾸느라 오래가더니 인희 씨도 고치기 힘들려나?

그리고 손님들에게 부담 느끼지 말고 금이 간 손톱 있으면 새로 하라고 해요 새로 하면 5불씩 더 매상 올리는데

우리 가게 일하는 사람들은 매상에 너무 신경 안 쓰는 거 아니에요?

그리고 물어보고 문제 되면 손님들 잘못이지만 물어보지도 않으면 우리 잘못이라고요~

신경 안 써줬다고 원망 듣고 그런 거 몰라요?

모르면 기술자들도 아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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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자존심도 상했지만 가게를 차리기 2달 남았기에 아무 말도 안 했다.

그리고 생각했다.

나는 저러지 말아야지 집에 돌아가는 계단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뛰어 내려가는 사람들은 왼쪽.. 나 같은 사람들은 오른쪽.. 왜 음지와 양지같이 이리도 선명할까..

나는 언제부터인가 왼쪽으로 오르고 싶었다.

몇 번 시도를 하다가 현기증과 아래서 치고.. 오르는 사람들에 의해 나는 퇴출을 받고 다시 오른쪽..

그렇게 오른쪽으로..

그렇게 오른쪽 난간을 붙잡고 부들부들 거리며 오르고 내리고 하다가 6개월이 지났다.

나는 지숙이가 건네준 3만 불을 손에 쥐고.. 눈물이 났다.

내가 살아야 할 뉴욕 땅에 내 이름 내걸고 내 위치를 잡아줄 가게를 가질 수 있다는 그것에..

그리고 피붙이도 아닌 일터에서 만난 친구가 3 만불이나 되는 돈을 건네주었을 때 나를 버린

민석에게 더더욱 야속함과 오기가 났다.

지숙이는 가게를 한다고 내가 그만두면 자기는 다른 말로 핑계되고 1달 뒤에 나에게 오겠노라 했다.

나는 주인 언니의 비웃음을 들으며 그만두었다.

기술도 부족하고 몸도 안 좋은데 무슨 가게를 하느냐고.. 나는 더욱 오기가 생겼다.

집에서 가까운 곳에 가게를 보았다.

그 가게 뒤로 하수구가 있고 옆에 재료들을 쌓아놓은 창고 같은 방이 있고 조그만 왁싱 룸이 있었다.

테이블은 옹기종기 5개가 붙어있고 발을 하는 페디큐어가 3개나 있었다.

고급 동네라면 20불 정도일 텐데 스페니쉬들이 모여사는 이 동네는 10불대로 가격을 받으면

괜찮을 것 같았다.

나는 인수하면서 일하던 사람들을 그만두게 하였다.

내가 30살이 채 못되어 나보다 나이 많은 그들이 텃새 하는 것은 당연할 것이고 그러면 힘이 든다고

지숙이 귀띔을 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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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만 하는 남미 여자애들만 3명 두었다.

그리고 1주일 문을 닫았다. 2만 5천 불에 가게를 인수하였다.

시설이 모두 엉망이고 지저분하여 1주일 안에 테이블도 바꾸고 도배도 했다.

제일 중요한 것은 바닥에 하수구 있는 곳을 벽을 만들고 샤워할 곳을 꾸몄다. 내 작은 몸하나 씻을 곳이니

크지 않아도 되었다. 나는 내 짐을 이곳으로 옮겼다. 그리고 광고도 내었다.

지숙이가 올 거니까 기술자가 2명 있으면 되었다. 나보다 나이가 한참 위면 불편할 것 같아 40대 이상이면

연락 하마 하고 전화를 끊었다.

그렇게 사람들은 인터뷰하고 23살 중간 기술자와 36살 기술자를 구할 수 있었다.

시설도 고치고 사람도 구했는데 지숙에게는 연락이 없었다.

나는 불안한 마음이 들었다.

" 여보세요 지숙이니?"

" 으응... 나야"

" 너 왜 연락이 없어? 와 보지도 않고?"

" 내가 솔직히 말할게.. 주인 언니가 잡아서.."

" 무슨 소리야?"

" 눈치가 짱이더라고.. 너에게 가려고 하냐고.. 그래서 솔직히 그렇다고 말했어 그랬더니 지금 받는 80불에서

90불까지.. 올려준다고 사실 팁까지 하면 하루에 150불은 기본으로 버는데... 나는 요새 우리 신랑이

벌이도 시원찮고.."

보험 외판원인 그녀는 뜻 모를 소리를 하였다. 가게 계약하면서 난 다른 곳과 비교하지도 않고

그녀 남편에게 가게 보험도 들었다.

목수 아저씨도 간판도 그녀 남편이 소개하는 데로 모두 맡기었다.

그래. 그래서 뭐야 이 말은...."

" 왜 그래?? 나는 너 믿고 일을 벌였는데.. 나에게 누가 있어.. 지금"

나는 눈물이 날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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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럼 얼마 줄 건데?"

뭐야..? 돈을 올리고 싶어서 수를 쓴 건가?

" 얼마 받고 싶어?"

" 많이 주면 가지.. 솔직히 지금 문 열고 손님도 없을 테고 그러면 팁도 없고.. 너 나한테 150불 줄 수 있어?

이곳 수입만큼 네가 준다면 언제든 달려가지!!"

나는 욕이라도 해주고 싶었다.. 아니 욕을 하고 싶었다.

" 관둬라! 일하는 사람들은 구했고 너 자리는 비웠는데 이제 구하면 돼겠지!! "

나는 너무너무 화가 났다. 이렇게 화가 나는 것이 얼마만일까? 그녀는 잠시 후 놀란 목소리로 전화했다.

" 얘 너 인희 맞니? 무서워 혼났네.. 150불은 그렇고 130불은 어때?"

" 생각해 볼게.. 그런데 너 정말 너무한다!!"

" 인희야 너무 그러지 마.. 미국 생활 빠듯한 것 너도 알잖아? 조금이라도 여유 있는 것이 좋지.. 안 그래?

그리고 내가 너를 도와줄 텐데.. 너무 그러지 마라 내 입장도 있잖아"

" 너 입장만 있는 것은 아니야.. 너 말대로 지금 문 열면 손님도 없고 매상도 없는데.. 주급 올리려고 

연락도 안 하고 내가 섭섭하지 않겠어?"

내 목소리의 톤은 정말 놀랄 만큼 올라있었다.

" 정말 성깔 있네~주인 해도 되겠어!! 그러면 너는 나 얼마 주려 했는데?"

" 솔직히 100불부터 시작하려 했어 자리가 잡으면 올려주고 내가 조금이라도 줄이려고

작은 가게로 짐까지 모두 옮겼는데.."

" 알았다 알았어 무서워 죽겠네... 1달 후에 갈게.. 정말이야 정말"

그러면서 전화를 끊었다. 나는 마음속으로 그녀와 거리를 두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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겟돈이 남아있기에 그녀가 아주 배신하지는 않을 거라는 돈의 위력만 믿게 되었다.

그리고 가게는 순조롭게 열수 있었다.

나는 가격표 하나까지 글씨 모양체까지 신경을 썼다.

가격표를 검은색 아크릴판에 그레이칼라로 글씨 넣어달라고 주문했다.

0부터 9까지의 숫자를 10개씩 더 찍어 달라고 하여 따로 보관도 하였다.

나중에 가격 오를 때 고칠 것을 염두에 두었으므로.. 나는 일하는 사람들에게 청소를 철저히 하라고

주문했다.

흑인들이나 스페니쉬들이 모이는 동네에는 대충 청소를 하여 너무 지저분한 것을 알기 때문이다.

웬만한 백인동네보다 오밀조밀.. 내손으로 인테리어를 꾸미기에 손님들의 반응은 엄청났다.

나는 앞치마도 핑크색으로 통일시키고 이름표까지 새겨서 가슴에 달게 했다.

하얀색으로 페인트 칠 한벽에는 작은 화분들을 매달아 두었다.

그 작은 화분 속에는 아이비가 별 모양으로 밑으로 내려오고.. 나는 내 이름을 걸어놓은 이 가게를

청결과 서비스가 있는 그런 가게로 꾸미고 싶었다.

손님들은 점점 늘어나고 일손은 부족했다.

지숙이는 연락이 없었다. 나는 신문에 광고를 내기 시작했다.

그 일이 지겨움의 시작인 줄은 정말.. 몰랐다.

돈이.. 벌리는 소리에 사람들의 소중함도 몰랐다. 손님들은 손톱에 디자인을 많이 요구하였다.

36살인 미성 언니는 기술자라고 하지만 프렌치 라인도 제대로 못 그렸다.

후러싱에서 중간 기술자 경순과 함께 전철을 타고 온다. 기술자라고 80불을 주는데 그림을 못 그려서 

바쁜 시간에도 나와 경순이 대신 뒷 치다꺼리하니 짜증이 났다.

네 일 한 지 2년 됐다는 경순이는 싹싹한 성격이고 어려서 대하기도 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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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3명이나 되는 남미애들 때문에 스페니쉬 영어 한국어 모두 있는 단어장을 사서 조금씩 보았다.

손님들에게도 쓸 수 있고 일하는 애들도 좋아했다.

가게 렌트비 1500불에 나도 함께 생활하니 돈이 모아졌다.

모두 퇴근하고 혼자 남으면 델리 가서 저녁에 먹을 샌드위치를 사던지 한국 마켓 가서 김밥을 사서

커피와 함께 먹는다.

언제인가 경순이가 그런다.. 언니는 돈 모아서 뭘 하려고 그러냐고...

돈독이 올랐냐고..

정말.. 뭘 하고 싶은 걸까? 한밤중에 록 음악을 크게 틀어놓고 소주 2잔씩 마셔야 기분 좋게 잠이 들 수 있었다.

어떤 날은 가방 안에서 돈을 모두 꺼내.. 그것을 세면서 위안을 삼기도 한다.

미성 언니와 경순이가 어느 날 가게를 그만둔다고 했다..

한국 기술자 둘이.. 무엇이 불만인지도 말이 없었다.

그러다 어느 날 문득 거울을 들여다보니 인상이 험악한 여자가 보였다..

가게를 오픈하고 1년 만에 이렇게 성장했는데.. 무엇이 문제인가..?

나는 그만두겠다는 미성 언니와 경순에게 저녁 먹자고 했다.

그들은 내일 새로 올 사람들을 위해 책상을 닦고 탑코트  베이스코트  큐리 클오 일까지 새로 담고

병까지 닦고 있었다.

서랍까지 털고 있기에 그만두라고 했다. 그러자

" 내가 그냥 나가면 인희 씨가 우리 욕할것아냐~내가 청소한곳도 인희씨가 다시 하던데.."

" 그것은.. 눈에 보이니까 그렇죠.."

" 그렇다고 청소한 뒤끝에 바로 가서 하는 것은 너무 심한 것 아냐? 매니큐어 병도 조금만 지저분해 보이면

못 견뎌하잖아!! 인희 씨는 너무 심한 것 같아!

혹시 병원 다닐 만큼 결벽증 아니야?"

나는 얼굴이 화끈거렸다.

신경이 너무 예민해 빛.. 빛을 잃어버리고 정신과에 다니던 기억이 떠올랐다.

나는 손끝이 덜덜 떨렸다.

나의 모습을 보던 남미애들도 놀라며 수군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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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보고 미쳤다고들 수군대는 것 같았다.

모두 달아난 나의 희망이던 네일가게 한가운데 앉았다.

심장을 가라앉혀야 하므로.. 페리 큐어를 하면서도 그들은 지저분해진 바닥을 깨끗이 치우지 않았다.

처음에는 잔소리를 했으나 치우는 시늉만 했다,

그다음에는 내손으로 깨끗이 훔쳐내고 닦았다.

지저분한 것을 모르는 것은 한국 여자나 남미 여자나 똑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왜 저 여자들은 남의 가게 와서 돈만 벌어가고 청소도 안 하나 싶었다.

나는 초보자 때 하루 종일 청소했는데.. 다른 사람들은 놀려고 한다.

눈치를 주면 기분 나빠하고 남미애들이나 청소시 키라하고 남미애들은 국적이 달라서 한국 여자들이

자기들을 무시한다고 생각한다.

나는 하루 종일 에어브러시와 팬 디자인을 한다.

마음 놓고 맡길사람도 없고 손님들도 나를 원했으니까.. 에어브러시를 너무 가까이 맡아서인지 기침이

나기 시작했다.

한국사람들은 아크릴릭을 할 줄도 모르면서 알레르기 때문에 못한다고 거짓말한다.

나는 미성 언니와 경순이가 나가고.. 아크릴릭 기술자가 필요했기에 중국 교포 언니를 썼다.

이름이 순애라고 했고. 아크릴맄은 잘하지만 칼라를 칠하는 것은.. 초보나 다름없었다.

나는 신경 쓰기 싫어서 순애 언니만 구하고 일을 했다.

사람이 부족하여 잠시도 자리를 비울 수 없었다.

시력이 약하면서.. 7일을 꼬박 일하고 햇빛도 안 드는 창고 구석에 매트리스만 깔고 제대로 먹지도 못하고

꾸부리고 잠을 자는.. 어리석은 짓거리..

희미한 스탠드 불빛과 제대로 빠져나가지 못한 아크릴릭 냄새와 그런대로 흘러나오는 한국 가요가

내가 누운 이곳.. 전부였다.. 알람이 울려서 일어나 보니 8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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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으로 새시문을 잠그니 빛이 들어올 리 없고 일하는 사람들은 9시 30분부터 한 사람씩 들어온다.

퇴근시간 8시가 되어도 아침에 출근한 순서대로 퇴근을 시켰다.

남미 여자들 중에 23세 쏘니라는 결혼 안 한 애는  아침 10시 30분에 출근하고 모두들 퇴근하고 나면

나하고 청소도 하고 정리하고는 저녁 9시에 퇴근한다.

남미 여자들은 16~17세면 결혼하여 19살쯤 되면 아이 한둘은 보통있게됀다.

쏘니는 뚱뚱한 체구 때문에 결혼 못했다고 다들 불쌍히 여겼다.

19세인 제인은 저녁마다 남편이 데리러 오고 영어도 곧잘 하고 예쁘게 생긴 아이라 내가 무척 귀여워한다.

네일가게는 3년이 흘러갔고 지숙이에게 한 달에 한번.. 은행계좌로 건네주며 인사도 없이

곗돈은 끝이 났다.

지숙이는 나더러 변했다고 한다..

하지만 내가 변한 것이 아니라 이 미국이 나의 환경이 나를 변하게 해 주었다..

아무도 없는 나에게 돈이라도 없으면 어쩌란 말인가 나는 지숙에게 마지막 곗돈을 건네며

이런 말도 잊지 않았다.

" 네가 안 도와줘도 장사하는 데는 지장 없었어 하루에 150불 주면 오겠다는 너의 말에 정신이 번쩍 났다"

" 에구구!! 또 그 이야기야? 그만하자!"

" 너 그 가게에서도 나왔지? 다른 데 가서 얼마나 버니? 너 때문에 가게를 연 것은 고마운데

약속대로 함께 했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 그만해라!!"

" 우리 가게 같이 있었다면 지금 그만큼 정도는 줄 수도 있었는데!!"

" 사람들은 모르는 거야!! 네가 왜 이리 말을 쉽게 하는지 몰라도 그만큼 당하고도 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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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뭐? 뭐라고..?"

" 남편에게 버림받아서 불쌍해서 도와줬더니.. 이제 나를 안 봐도 됀다는 거니? 어디 그렇게 되나 보자!!"

 

나는 눈에 불을 키는 지숙이를 보면서도 머릿속에 무슨 생각을 하는지도 몰랐다.

그 후로 한 달 후.. 우리 가게 바로 앞에 가게를 열기까지..

우리 가게보다 크고 대형화로 꾸며놓아.. 우리 가게는 죽을 수밖에 없었다.

설상가상.. 우리 가게 있었던 미성 언니와 경순이가 그곳에서 일하는 것이었다.

우리 가게 다닐 때는 후러싱에서 전철 타고 후러싱 매인 스트릿에서 걸어 다니는 것이 무섭다더니

그곳에서는 지숙이 남편이 아침저녁으로 출퇴근을 시켜주었다.

우리 가게 돌아가는 것을 지숙이가 너무 잘 알고 있기에 그만둔 기술자들을 데려가는 것은 쉬운 일이었다.

손님이 점점 줄어들었다.

아침저녁으로 돈 세는 재미로 낙을 삼았는데..

가서 싸울 수도 없지 않은가.. 남미 기술자 제인까지 데려간 것을 알고는 나는 그날 아침에 쫓아갔다.

 

" 너 이게 무슨 짓이냐?"

" 무슨 짓이라니? 나도 가게 낼 수 있어!! 그리고 미국은 능력위주야 너 가게 기술자들 아니다.

너 그거 모르니?"

미성 언니와 경순이는 나를 쳐다보지도 못하고 손님을 하고 있었다.

제인은 세탁기에서 물수건을 꺼내서 테이블 위에서 개고 있었다.

" 너.. 무슨 일이니? 왜 오늘 아침에 이곳에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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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안해 인희.. 사실 돈이 필요했어 너 가게 손님이 줄었잖아 지숙이 돈을 채워준다고 했거든..

정말.. 인희야 미안해"

그는 얼굴에 붉은빛을 띄우고 고개를 숙였다.

" 미성 언니. 경순아~~"

인희 씨 그만하고 가라! 인희씨 가게에서 그만둔 사람들 쫓아와서 이러면 인희 씨만 우습게 되잖아..

그리고 지숙 씨와는 친구라면서..?"

" 친구? 친구가 가게 바로 앞에 같은가게 차려놓고 일하는 사람들을 가로채가요?

정말 무서워서 사람들을 상대할 수 없네!!"

나는 뒤통수가 뜨거움을 느끼고 씩씩거리며 길 건너 우리 가게로 들어왔다..

제인과 함께 일하던 지니와 헬렌은 둘이 속닥거리더니 후다닥 자리로 갔다.

제인 언니는 테이블을 닦고 있었다.

나를 힐끔힐끔 보면서.. 무슨 생각을 하는 것일까..?

나는 모두들 믿을 수가 없었다.

남미 애들도 내일 아침이면 말도 없이 길 건너가서 일을 할지 모른다.

명숙 언니도 마찬가지이다.. 아크릴맄 기술자니 지숙이가 분명 탐을 낼 텐데.. 나는 자리로 갔다.

씩씩 거려서인지 등줄기에 땀이 대롱거리며 매달리는 것을 느꼈다.

나는 무심코 아이비 화분을 올려보았다.

푸르던 별빛을 내던 아이비는 누렇게 떡잎이 매달려있다.

벽에 붙여놓았던 작고 앙증맞은 20 마리의 종이학은 남미애들이 죄다 잡아 뜯어 놓아.. 5마리도

남아있지 않았다.

날개가 찢어진 채로 피 흘리며 벽에 붙어있는 5 마리의 학을 나는 부스스 옮겨서 테이프를 떼고

손바닥에 담아가지고 간이 부엌으로 만든 구석에 있는 싱크대 안에 내려놓고 불을 붙였다.

탁탁 소리를 내며 종이학이 뜨거움에 몸서리를 치더니 이내 잠잠해지고 까만 재만 남기고는

훨훨 하늘로 날라올라갔다.

나는 일하고 가라며 순애 언니에게 가게를 맡기고 밖으로 나왔다.

그냥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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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다가 메도우 파크에 가고 싶었다.

옐로 택시를 타고 공원에 데려다 달라고 했다.

얼마만의 외출인가.. 쉬는 날도 없이 일을 하고 남은 것은 그 가게 하나인데.. 그 가게 운명이..

나는 공원 안에 있는 지구본을 찾았다. 계절은 9월이었다.

푸르름과 단풍이 교대를 하는 그 위치였다.

새소리.. 물소리.. 웃음소리.. 넓은 공간.. 가까이 살면서도 정말 오랜만이었다.

옛날.. 민석과 자주 왔던 곳인데.. 지금은 그때보다 부자인데.. 왜 마음이 텅 비어있을까..

얼마 전만 해도 7만 불에 산다고 했는데 한마디로 거절하고..

지금은 2만 불에도 임자가 없을 것인데.. 나는 벤치에 앉았다. 뛰어노는 어린아이를 보았다.

그 아이는 몇 살쯤 되었을까.. 5살.. 6살..? 왠지 서글퍼졌다.

그렇게 날이 어두워지는데도 가만히 앉아있었다. 나이가 먹으면 그냥 앉아서 풍경의 한모 서리를

차지한다고 하는데.. 벌써 나이를 먹었나?

눈을 감았다.. 23세에 미국 그리고 뉴욕 와서 10년 동안 왜 이리 힘들었을까?

민석이 보고 싶어서.. 눈물이 났다..

나는 바보인가 보다.....

세상을 너무 쉽게만 생각했나 보다.. 나는 사람들에게 편한 사람이고 싶다.

내 주위에는 항상 사람들이 많이 몰렸었는데 왜 지금은 모두들 나를 싫어하는 걸까..

나는 모든 것이 싫어졌다.

나는 그들 속에 들어가고 싶고 세상 안에서 믿음이 생길 때까지 기다리기로 했다.

가게에 돌아와 보니 모두들 기다리고 있었다.

나는 순애 언니에게 가게를 닫을 거라 했다. 팔릴 때까지 나와도 좋고 좋은 곳 있으면 가도 좋다고 했다.

그들은 나의 심적 상태를 염려했다.

한 달 안에 가게는 팔렸다. 지숙에게 나는 덤덤하기로 했다.

그녀는 나에게 3만 불을 건네주고 우리 가게를 인수했다. 기술자들도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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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써니싸이드로 짐을 옮겼다.

패밀리 하우스 3층이고 창문이 많은 그곳에서 정말.. 먹기보다 종일 잠을 자면서 2달을 보냈다.

혼자 살아도 2 베드룸을 구했다.

한방은 침대와 옷을 두고 한방은 책과 음악이 있는 나만의 행복해지는 공간이었다.

내가 사랑하는 10월의 싸늘한 바람결도 느끼지 못하고 창문을 모두 열었을 때 길가의 나뭇잎이

모두들 색동옷을 입고 나와보라고 손짓할 때

1999년 11월이 중간이나 되었음을 알았다.

창밖에 보이는 엠파이어 빌딩과 맨해튼의 야경이 조금이나마 보이는 침실에서는 별들도 달님도

찾아와서 나의 뺨을 깨워주곤 한다.

모자란 잠을 두 달이나 자는 사이에 스트레스도 심적 불안도 가라앉았다.

나는 크리스마스가 돌아오기 전에 일을 해야 했다.

돈을 조금이라도 모아서 10년 만에 한국으로 나가 어머니와 친지를 보고 나는 다시 돌아올 것이다.

나를 씩씩하게 해 준 곳으로 나는 맨해튼에 있는 다른 네일가게로 다니게 되었다.

 

그러나 맨해튼을 내리면 오르는 에스컬레이터는 여전하였다.

홈리스도.. 깡통을 놓고 노래 부르는 이들도..

나는 바바리코트를 휘날리며 왼쪽 줄로 씩씩하게 뛰어오르고 있다.

더 이상 무섭지 않으므로...

더 이상...

 

                                                                ( 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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