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등단작품 ( 당신의 하늘 ) 2000년 문학세계

4장

우설나라 2022. 9. 29. 07:19

 

당신의 하늘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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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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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지나감에 따라 공부에 대한 열의보다는 돈을 찾게되었다..

기회가 되면 밤일까지 꼬박하는 민석은 술을 가까이하고 몸은 축나게 되었다. 이틀을 꼬박 서서 일하고 오면

그는 물먹은 솜처럼 들 수도 없었고 신경질이 늘었다..

2년의 햇수가 지나게 되니 그는 점점 말라가고 반면 앉아서 일하는 나는 살이 올라 비교하게 되었다.

 

" 저리 가. 저리 가. 나 좀 잘 테니까 깨우지 마!! "

밤일 마치고 온 민석은 옆에 앉지도 못하게 한다.

일을 나가야 하므로 나는 화장대 앞에 앉았다.

알레르기 때문에 화장을 안 하면 여드름 난 것처럼 엉망이다.  

8시 40분.... 어김없이 승용차가 미끄러지듯 달려오고 수경 언니가 웃으며 아는 척을 한다.

" 어서 와라~~ 남편은 들어왔어?"

"밤일했으니 자야지요. 옆에도 못 오게 해요. 작은집을 차렸는가."

" 아유!! 얘는 너처럼 열심히 사는 와이프가 어디 흔하니?"

" 와이프면 뭐해요! 얼굴도 제대로 못 보는데...."

" 어제 정자 언니 연락 못 받았니? 중국에 가는 길이라고 공항에서 전화 왔던데.."

" 그래요? 나 잠깐 나갔다 왔는데.. 이제 안 온데요?"

" 왜 안 오겠어.. 수입이 짭짤한데.. 오면 바로 연락한데."

 

또 한 사람 보내고.. 이제는 2년 넘는 시간에 수많은 사람들과 만나고 헤어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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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는 몇 블락 지나 주희 언니 집에 닿았다.

차를 타는 만나는 장소에 늘 늦게 오는 언니.. 안 나오길래 전화를 하니 울먹거렸다.

" 어제 또 싸웠어!!  아이고 지겨워 못살아 돈은 안 갖다 주고 돈만 달래.. 돈만...."

그녀의 푸념을 들어줄 시간이 없었다.

순애 언니 태우고 초보자 민아를 태우고 정자 언니 다음으로 온 기술자 태우고 우리는 브루클린

해안을 지나 샤핑몰로 향했다.

나의 책상 옆에는 디자인 펜 종류와 디자인 샘플이 즐비하다.

남편 민석이 그림을 좋아해서 늘 옆에서 보다 보니 이제는 직업상 남편보다 내가 더 그림과 인연을

맺는 것 같다.

손톱 2개에 디자인하고 3불을 받는다.

매상 올리는데 일조했으며 대충 해주던 핸드 페인팅을 내가 연구하여 초보자를 빨리 면하는 길을 열었다.

다른 기술자들이 손님을 끝내면 나에게로 와서 디자인을 하게 되었고

혹은 머신을 가지고 하는 에어 브러시를 하게 되면서 주급도 점점 올라가 1년이 넘으니 60불이 되었다.

2년이 되니 80불 가까이 되어 나는 다른 가게로 옮길 필요가 없었다.

순애 언니보다 나의 능력이 더욱 고급능력이 되니 나는 그것보다 좋은 것이 없었으니까...

나의 능력보다 더 게산해 주는 수경 언니에게 고마워서 나는 그녀를 배신할 수 없었다.

 

" 언니 팁 붙이는 것 좀 가르쳐주세요"

민아는 이제 21살 이기에 언니라고 따라다니는 초보자다

"너는 초보자가 벌써 팁 붙이는것 배워서 뭘 하려고 해? 나는 너만 할 때 하루 종일 걸레 들고 다녔어.

기술자들 책상 위에 탑코트, 베이스코트, 채워 넣느냐고 바빴어"

" 그래도 하나만 붙여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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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더 이상 거절할 수 없는 그 아이의 요구에 7번 팁을 안에서 꺼내어 그 아이의 약지 손톱에 붙여주었다.

" 옆 모서리를 살살 조금만 갈아서 맨 위 팁 하고 손톱이 붙여지는 곳에 젤을 주심 해서 바르고

살짝 눌러 마르면서 붙여지면 손톱 부분에 글루를 살짝 바르고 가루를 조금 뿌린 뒤 글루를

한 번 더 살짝 발라봐 조금 있으면 말라 말랐지?

그리고 파일로 팁 붙여진 곳과 모서리를 살살 감면돼 알았니?"

이제 3 계월로 접어든 민아... 수경 언니와 나는 안다.. 민아도 말없이 그만둔다는 것을..

많은 초보자들은 처음 들어간 곳을 두 달도 못 넘기기에.. 그래서인지.. 가르쳐주기 싫다.

주인 언니.. 수경 도도 가르쳐주지 말라하고.. 어느 날 그만둘래요 하면 말릴 수도 싸울 수도 없지 않은가 

" 신문에 또 광고가 나가야 되나? 정말 못해 먹겠네.. 걸핏하면 싸우고 안 나오고.. 전에 그렇게

도도하더니 웬일이야?"

" 내일도 안 나온데요?"

순에 언니는 주희 언니의 안부를 궁금해했다. 내가 80불을 받는 것에 비해 이제 70불로 올라간 순애 언니..

나를 그렇게 구박했지만 그 덕에 내가 빨리 올라와서 오히려 고마워해야 한다.

" 내가 어찌 알겠어 사네 못사네하니 일이 손에 잡히겠어?"

 

요새 권태기 같은 우리 부부 생각을 해보았다.

서로 너무 지치고 힘이 들어 얼굴 보기도 힘들고 결혼한 지 3년이 되어가도 아이가 없다..

아들 하나에 딸만 넷인 시 부모님은 손주를 기다린다고 언제부터인가 압력이 오는데

어디까지가 고지일까... 오늘도 우리 부부는 싸움터에서 싸우고 있다.

3년 전만 같아도 지금 같이 수입이 있으면 하고 싶은 것도 많고 사고 싶은 것도 많고 쉬고도 싶었는데..

지치고 지지고 볶고.. 자존심 강하던 주희 언니도 아저씨가 자꾸 일을 벌여서 망하고 하다 보니

지금은 콜택시 운전사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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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심히 일만 몰두할 때는 괜찮았는데 언니의 수입을 믿고 방탕한 길로 점점 들어가 집도 자주 비우고

도박과 술주정으로 돈을 요구하는 지경에 이르렀단다.

언니가 돈을 잘 벌어도 나가는 돈이 많으니 이제 한국으로 도망치듯 가야겠다고 한다.

모두에게 부러움을 받던 기술자였는데...

" 아유 어제 우리 딸이 성적이 올랐어 내가 아이들에게 성적을 올리면 용돈을 배로 준다고 했거든..."

한참 멋을 부리는 수경 언니 딸 머리카락을 노랗게 물들이고 귀걸이에 화장에.. 누가 봐도 고1 학생이

아니라 대학생쯤으로 보인다.

 

요사이 살이 부쩍부쩍 빠지고 있다.

민석이 자꾸 남의 사람 같은 나의 생각이 두렵고.. 두렵다.

얼마 전 새로 이사한 2개의 방이 있고 거실이 있고 햇살이 새벽마다 부서지며 노래하는 아름다운 3층 집은

우리에게 따사로운 보금자리가 아니라 각자 방을 하나씩.. 서로 말도 없이.. 필요 이상의 말은

하지 않게 되었다. 가끔씩 풍기는 술냄새도.. 내가 그의 방에 들어섰을 때 돌아누워 잿빛 담배연기만

허공에서 바스러지게 하여도.. 나는 서로가 너무너무 바빠서 일거라고.. 그래.. 그런 거라고

생각했다.

누군가 에게 올 연락을 기다리는 것 같고.. 야근 시간이 말도 없이 바뀌었을 때도 참으로 지친 몸과 마음으로

나하나 추스리기도 힘들었다..

 

" 너.. 무슨 일이 있니? 왜 그래 자꾸 마르고.. 신랑하고 문제 있어?"

주인 언니의 물음에도 나는 창밖만 바라보았다.

그를 의심해야 하는지.. 묘한 죄책감도 들고.. 오늘은 주중이라 손님이 뜸하였다. 대낮 중에도

나는 출퇴근 시간에 만나는 공동묘지를 떠올렸다. 그중 하나가 내 이름이 아닐까? 무덤 사이사이

걸어보고 싶은 충동.. 낙엽이 살포시 덮은 그 무덤가에 검은 옷을 입고 우두커니 서있고 싶다..

누구를 위해서...? 나를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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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 먹자고 민아가 불렀다. 나는 휘영청 흐느적거리며 부엌으로 갔다. 민아와 수경 언니의 수상쩍은

눈초리를 의식하지 않고 딱딱한 나무 의자에 앉아서 제일 큰 수저로 밥을 꾸역꾸역 밀어 넣었다.

" 언.. 니..? 반찬도 있는데..."

반찬 없이 맨밥을 계속 먹고 있으니 민아와 수경 언니는 우두커니 앉은 채로 나만 보았다.

왜.. 왜 보고 있어.. 다시 일어나 휘영청 걸어 나가다가 갑자기.. 온 세상의 빛이 없어졌다.

그래.. 그렇게 빛이 사라졌다.

 

나의 커다란 눈망울에 빛이 도망가 어둠만.. 어둠과 두려움만 나의 마음에 가득하였다.

병원에서 한 달 만에 퇴원했다. 그 한 달은 참으로 많은 것을 빼앗아갔다.

나를 키워주신 할머니가 시골에서 조용히 돌아가셨다.

그리고 내가 3년째 일하던 네일가게는 나 대신 다른 사람을 고용하여 일하게 하였고

수경 언니는 병원으로 민아와 한번 찾아와 보고는 그게 끝이었다.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들락 거린다고 걱정하고 화내던 수경 언니는 오래 있는 내가 이쁘다고 했지만 일할 수없자 연락을 끊어버렸다. 참.. 알 수 없는 세상일이다.

하루아침에 신경 쓰다가 눈이 멀어버리고 민석을 사흘에 한번 들리는 정도가 되었다.

집은 1층 아파트로 옮겼다. 방 2개는 필요 없다고 원룸으로 구하고.. 뿌연 안개가 끼인 것같이

가물가물 물체가 보이는 정도의 시력으로 그래도 굶지 않고 빵이라도 먹는다.

민석이 올 때마다 쇼핑해 주는 것으로..

민석이 좋은 사람 만나 사는 것이 내가 자존심 상하지 않은 거라고 말했다.

그래도 아직 이혼은 하지 못한다. 왜냐하면.. 조금이라도 나은 몸으로 이혼해야 민석이 나쁜 남자가

안되니까.. 그렇게 6 계월의 시간이 흘렀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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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사내아이를 아장아장 걸리어 데리고 왔다.

나의 눈과 바꾼 그 빛나는 아들을 보여주러.. 미안하게도 조그마한 얼굴 윤곽과 꺼무스리한 눈. 코. 입으로

보일 수밖에..

그 아이를 만지자 살고.. 싶었다. 살아서 날아다니는 어린 새를 보고 싶어졌다.

어제는 토스트 머신에 식빵을 더듬거리며 넣었는데 빵이 찌그러지어 머신 안에서 나오지 않았다.

그것을 손으로 건드리다가 손가락이 코인에 닿아 허물이 벗겨졌다.

따가움..

그리움..

지하실 셋방..

창문 쪽으로 새벽에 날아오는 바라보지 못하는 어떤 새.. 할머니인가..

할머니에 대한 그리움으로 울고 있는데 갑자기 뉴욕에 도착하셨다는 어머니 목소리.. 만남.. 울부짖음..

당기고.. 왜 이 리 사냐고 한국으로 가자는 어머니의 고함소리.. 이 자리에서 이기겠다고 버티는

눈먼 메마른 잡초.. 딸.. 결국 이혼은 진행되었다.

억지로라도 끌고 가려는 내 피붙이라도 없었다면.. 자주 병원에 가서 검사하니 마음의 병 때문에 잘못될 수도 있다고..

정신과에 가니 역시 신경성 질환 때문에 시력이 잘못된 거라 했다.

목소리부터 편안함을 느끼게 하는 중년의 여의사는 나를 만나자마자 소개를 받아 내 아픔을 안다며

손을 잡았다. 그리고 이제 자기를 만났으니 안심하라며 안정을 시켰다. 우선.. 미움을 버리라고 했다.

열등의식도 허무함도.. 힘들겠지만 곪은 종기는 짜버려야 한다며...

나는 나이 지긋한 그분을 만나며 참으로 편안한 마음을 지니게 되었다.

언제나 기듯 살아온 이 뉴욕 생활에도 민석을 따라온 후회와 하는 일에 대한 경멸함과 기쁨 없는 생활에서

나는 웃어본 적도 나를찿아 책 한 권 사볼 마음의 여유도 커피숍 가서 느긋하게 커피 한잔 마시며

음악 듣는 여유도 없이.. 돈만 벌면 된다고 미루고.. 미루다가 4년의 세월이 지나고 그 고통 뒤에는

아물지 않은 종기만이.. 나는 어머니 따라 한국으로 가지 않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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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인가 나은 모습으로 가고 싶었다.

정신과를 다녀오면 기쁨이 생겼다. 잠도 충분히 잘 수 있고 편안한 마음으로 음악도 들을 수 있었다.

낯선 이방인들 손에서 자라는 무궁화도 조금씩 윤곽이 잘 보이기 시작했다.

시 낭송 테이프를 자주 들었고 떠나지 못하는 어머니 덕분에 몸이 참으로 편해졌다.

6 개월 후에 어머니를 한국으로 보내며 그래도 어머니의 이마에.. 주름을 볼 수 있었다. 흐르는 눈물도

닦아 드릴 수 있었다. 시력이 약해졌지만 그래도 찾아온 나의 빛.. 빛..

나는 안경을 맞추었다.

도수가 높기는 했지만 혼자 생활하는 데는 이제 무리가 없었다. 나는 일을 해야 했다.

혼잡한 엘머스트로 짐을 옮겼다.

스페니쉬들이 많이 사는 동네라 집값이 쌌다. 민석이 자기도 어렵다며 아이와 살아야 하겠노라며..

나는 위자료를 요구하지 않았다.

아이를 위해서 그 사람의 아이를 위해서..

나는 그가 통장에 넣어둔 3만 불을 병치례 조건으로 준 그 돈을 쓸 수밖에 없었다.

나는 계단 없는 단층 패밀리 하우스로 옮겼다.

그의 물건은 돌려보내고 나의 작은 물건만을 가지고.. 모두 책 밖에 없는 나의 이삿짐은 돈을 주고

정리를 시켰다. 울지 안으려 한다..

갑자기 변해버린 또 다른 미국 생활.. 나는 신문을 사러 밖에 나갔다. 몇 부락 걸어 74 가에 있는

뉴욕 종합식품 점에 도착했다.

나는 혼자 먹을 몇 가지 장을 보았다. 물오징어를 집어 들다 가만히 내려놓았다. 민석을 없는데..

자꾸 집어 드는 습관.. 가지를 많이 샀다. 맛도 없는 것을 왜 만드냐는 그 사람의 목소리가 생각나

신문까지 사서 조심조심 집에 왔다. 그날 저녁은 가지 파티였다.

가지를 데쳐서 무치고 냉국 하고 가지무침에 밥을 비벼서 꾸역꾸역 먹었다.

안경 밑으로 흐르는 눈물을 한 숟갈..가지도 한숟갈 

나는 신문에 나온 근처의 식당으로 갔다. 가까우니 일을 해보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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